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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의 지동설’...칼로리 중심에서 염증 중심으로

  • sohi9262
  • 11월 18일
  • 2분 분량

지동설을 제안하고 지지했던 코페르니쿠스(1473-1543)와 갈릴레이(1564-1642)는 모두 "진리 앞에 선 인간"이었지만, 그 진리를 대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달랐다. 코페르니쿠스가 '진리를 지키기 위해 침묵하는 방식을 택한 내향적 안정형'이었다면, 갈릴레이는 '진리를 드러내기 위해 싸우는 외향적 확신형'이었다. 다시 말해, 둘 다 시대를 초월한 지성의 용기를 가졌지만, 그 용기의 모양은 달랐다. 코페르니쿠스는 '침묵의 용기', 갈릴레이는 '발언의 용기'였다.



한편 지동설이 처음 제시된 때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되기까지는 30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543년, 코레르니쿠스가 지동설 제시 ▲1610년, 갈릴레이가 관측 증거 제시 ▲1619년, 요하네스 케플러가 수학적으로 정확한 모델로 발전 ▲1687년, 아이작 뉴턴이 물리적 증명 완성 ▲1822년, 교황청이 '지동설 서적 출판 허가' ▲그리고 1835년, 교황청의 금서목록에서 갈릴레이 관련 금지 항목이 완전히 삭제되어 종교적 승인이 완료되었다.



이렇게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를 불러온 까닭은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과 달라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는 명제를 최초로 제시하면서, 지동설을 제시하고 지지했던 그들의 심정이 참으로 궁금했기 때문이다. 최초로 제시한 명제를 귀담아들으려는 분위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기에, 다음과 같이 적어본다. 식사 후에 이어지는 소화와 흡수 그리고 대사과정에 관해 학자들이 규명한 데이터와 정보는 절대로 부족하지 않다. 그래서 건강에 닥친 문제들이 사라졌을까?



내가 내 손으로 내 입에 넣어준 음식을 씹고 삼킨 다음에는, 내가 제어할 수 없다. 영양 전문가, 그리고 의사도 내가 먹은 다음에 벌어지는 대사과정을 제어할 수 없다. 그런데 소화와 흡수에 뒤이은 대사과정에 관해 많은 정보를 얻으려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에 여념이 없었지, 추상(抽象:개별의 사물이나 표상의 공통된 속성이나 관계 따위를 뽑아냄)은커녕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과 같은가, 다른가?'라는 질문도 한 적이 없다.



지금 우리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도 16세기 그 때와 닮아있다. 여전히 '칼로리'와 '영양소의 양'으로 건강을 계산하지만, 정작 내 몸은 염증과 회복의 균형, 세포 간의 대화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영양의 중심도 바뀌어야 한다. 몸 안의 소통과 균형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맞이해야 할 영양의 지동설이다. 지금까지의 영양학은 마치 '지구 중심설' 같았다. 칼로리 계산표를 중심으로, 따져가며 먹어도 건강이 나아지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몸 안의 질서에 있다. 우리 몸은 수십 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거대한 사회다. 그 사회의 평화를 지키는 건 칼로리가 아니라, 세포들 사이의 신호와 조정이다. 이 신호를 조율하는 물질이 바로 아이카사노이드(eicosanoid)와 레졸빈(resolvin)이라는 미세한 조정자들이다. 그들은 세포 간의 대화, 염증의 시작과 끝, 회복의 리듬을 지휘한다. 불균형한 식사로 이 시스템을 자극하면, 아이카사노이드와 레졸빈 사이의 균형을 잃고 '침묵의 염증'을 일으켜, 암·알츠하이머병·비만·당뇨병·심뇌혈관 질환 같은 만성질환의 공통 원인이 된다.



그래서 새로운 관점의 영양학은 묻는다. "얼마나 먹었느냐?"보다 "어떻게 작동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영양의 목표는 단순한 에너지 공급이 아니라, 몸의 운영체제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는 '세상의 중심'을 바꿨고, 오늘날 우리는 '몸의 중심'을 절실하게 묻고 있다. 따라서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과 달라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는 명제를 받아들여, 염증과 회복의 균형을 중심에 두는 순간, 우리의 건강 패러다임은 완전히 새로운 궤도에 오를 것이다. 불교에서 바라밀다(건너가기), 사회 분야에서 혁신처럼 영양과 의학 분야에서도 건너가기, 혁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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